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면서 ‘관세 전쟁’이라는 단어가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이에 맞서 중국도 미국 제품에 보복성 관세를 예고했다. 문제는 이 싸움이 단순한 두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얽혀 있는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우선, 한국은 미국과 중국 모두와 무역 규모가 큰 나라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여전히 중국이며, 두 번째는 미국이다. 양국이 서로에게 장벽을 높이면,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만든 반도체가 중국으로 수출된 뒤 다시 조립되어 미국으로 가는 구조는 매우 흔하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올리면, 결국 그 원재료를 공급한 한국 기업까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바꾸는 것도 변수다. 미국은 ‘친미 경제권(이른바 프렌드쇼어링)’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 중인데, 이는 중국 중심의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과 우방국 위주로 바꾸자는 전략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동남아 등 제3국에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중소기업은 따라가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관세 전쟁이 장기화되면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준다. 관세는 결국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수입 제품이 비싸지고, 기업들은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게 된다. 그 결과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식료품, 전자제품 등 한국 가정에 밀접한 품목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는 수출 시장 다변화다. 너무 미국이나 중국에만 의존하면, 양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경제가 크게 흔들린다. 인도, 아세안, 중동, 유럽 등 다양한 시장을 개발하고 그에 맞는 무역 전략을 짜야 한다. 둘째는 핵심 기술의 내재화다.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 핵심 부품이나 소재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이미 반도체, 2차전지 분야에서 그런 시도는 이루어지고 있지만, 더 적극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관세 전쟁이 그 기반을 흔들고 있다.
특히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자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자동차 업체에 사실상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내 판매 비중이 높은데, 생산지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 소비자는 보조금을 받지 못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을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수천억 원대의 투자 부담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다만, 중소 부품 협력업체들은 미국 진출이 어렵기 때문에 국내 산업 생태계의 ‘공동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중국도 자국 내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조금 확대,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부품사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으며, 이미 몇몇 부품 기업은 중국 내 매출 급감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다.
철강은 대표적인 글로벌 공급 과잉 산업이자, 보호무역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는 분야다. 한국 철강기업들은 오랜 시간 미국, 유럽, 인도 등지로의 수출을 통해 성장해왔지만, 최근 들어 반덤핑·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직접적인 무역 장벽이 강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18년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산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나마 한국은 일부 제품에 대해 쿼터(수출 물량 제한)를 조건으로 관세를 면제받고 있으나, 이 쿼터마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게다가 유럽연합(EU)도 탄소국경세(CBAM)를 도입해, 탄소 배출량이 높은 철강 제품에는 추가 비용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탄소 배출량이 많은 고로(高爐) 중심의 철강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도 여전히 위협이다. 글로벌 수요가 둔화된 상황에서 중국이 재고 소진을 위해 저가 수출을 확대하면, 한국 철강 가격도 함께 끌려 내려갈 수밖에 없다. 결국 국내 철강사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빠르게 전환하거나, 북미·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결론: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는가
자동차와 철강은 한국 수출을 지탱하는 핵심 산업이다. 하지만 관세 전쟁과 보호무역주의는 이들 산업의 전통적인 수익 구조와 수출 전략에 균열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거점 다변화, 기술 고도화, ESG 대응 강화 등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분명히 있다.
한국 기업이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기존의 수출 중심 성장 모델을 넘어서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관세 전쟁은 단순한 무역 갈등이 아니라, 글로벌 산업 질서의 재편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누가 먼저 준비하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미래가 갈릴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정치적 중립 외교도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순간, 다른 쪽으로부터 제재나 견제를 받을 수 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실용 외교와 민첩한 전략 대응이 필수다.
요약하자면, 관세 전쟁은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우리의 주머니와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이제는 외부 변화에 휘둘리기보다,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과 체력을 갖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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